독일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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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초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독일 관찰기 2019. 6. 19. 08:35
매년 5월 초, 중순이 되면 독일에는 초여름이 찾아온다.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그릴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왁자지껄하게 붐비는 비어가르텐은 초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일의 초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제철 채소 '아스파라거스 (Spargel)'와 제철과일 '딸기 (Erdbeere)'의 등장이다. 그것도 가까운 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신선한 녀석들이 시장에 등장한다. 너무도 유명한 독일의 '아스파라거스' 사랑 이미 독일인들의 아스파라거스 사랑은 널리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맘때 즈음 독일의 모든 레스토랑에서는 아스파라거스가 포함된 메뉴를 따로 준비한다. 근본없다고 소문난 독일 음식이지만 이때만큼은 제대로 아스파라거스를 준비해준다. 더군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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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독특한 나눔 문화 'Zu verschenken!'독일 관찰기 2019. 6. 17. 08:16
독일의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길거리에 놓여있는 종이 상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누가 쓰레기를 버렸나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 보면, 종이 상자 안에는 저마다 각각 집에서 쓰이던 물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담겨있다. 그 종이 상자의 이름은 'Zu vershenken!',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가져가세요!'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멀쩡해보이는 물건들인데 잠시 밖에 내놓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버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zu verschenken'은 크기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집에서 쓰던 가구, 전자제품을 내놓기도, 또 어떤 이들은 사놓고 쓰지 않던 레고, 사탕, 책 등을 내놓기도 한다. 이들의 나눔에는 종류도 크기도 없다. 아무래도 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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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독일답게 만드는 원동력 '저먼 앙스트 (German Angst)'독일 관찰기 2019. 6. 3. 15:54
2019/06/03 - [독일 관찰기] - 독일인들의 유별난 '현금(Cash)'사랑 19세기 독일의 통일을 이끌어낸 오토 폰 비스마르크 (Otto von Bismarck)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독일인은 신을 두려워할 뿐, 세상의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Wir Deutsche fürchten Gott, aber sonst nichts in der Welt) 그러나, 그 이후 발생한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의 패배는 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독일인들에게 극도의 무기력함과 불안감 (Angst)을 심어주었다. 이를 우리는 ‘저먼 앙스트 (German Angst)’라고 부른다. 우선 글에 앞서, 나는 개인적으로 어떠한 집단에 대해 선입관을 갖고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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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의 유별난 '현금(Cash)'사랑독일 관찰기 2019. 6. 3. 08:51
2019/05/28 - [독일 관찰기] - 독일을 독일답게 만드는 원동력 '저먼 앙스트 (German Angst)' 2017년 2월, 처음 독일로 건너와 가장 적응이 안되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현금' 사용이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리고 심지어 옆 나라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에도 익숙하게 사용했던 체크카드 및 신용카드. 독일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독일인들의 현금 사랑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약 80%의 결제가 '현금'으로 이루어지는 독일 2018년도 12월 발표된 도이치 방크 (Deutsch Bank)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독일 내에서 이루어진 거래의 74%, 금액으로 환산하면 48%에 해당하는 결제가 모두 현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편의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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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손쉽게 즐기는 독일식 '술게임 (Trinkspiel)'독일 관찰기 2019. 5. 20. 21:42
젊은이들은 국경을 막론하고 음주가무를 사랑한다. 독일인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나 화창한 여름날의 야외 활동을 너무나 사랑하는 독일인들은, 여름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 집 뒷뜰 정원, 혹은 공원에서 한 손에는 맥주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소시지를 들고 하루종일 따스한 햇살과 함께 바베큐 그릴을 즐긴다. 이러한 술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신입생 새터에서의 술게임을 생각해보자. 서로 술을 먹이기 위해서 열심히 게임을 즐긴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다르다. 서로 술을 '마시기' 위해서 열심히 게임을 한다. 독일에는 술을 마시기 위한 게임이 있다. 바로 플렁키 볼(Flunkyball)이다. 술? 내가 먼저 다 마셔버릴 테다! 서양에서 흔히 즐기는 술자리 게임 중에는 '비어퐁 (Beer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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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독일인들이 지키는 '5가지 미신'독일 관찰기 2019. 5. 15. 09:16
독일에 온 첫 학기, 독일어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외국인 박사 과정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독일어 수업이다 보니, 비교적 젊고 영어가 수월한 독일어 선생님이 배정되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마리 (Marie)'였다. 실제로 이름은 프랑스 쪽에서 널리 쓰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마리는 정말 열심히 우리를 지도해주었고, 그 날은 숫자와 더불어 날짜의 개념을 배우는 날이었다. 우리는 각자 서로의 생일 (Geburtstag)을 물어보며 숫자를 써가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마리에게 생일을 물었고, 공교롭게도 마리의 생일은 수업이 있던 주의 주말이었다. 누군가 마리에게 외쳤다. "축하.. (Congrt...)" 그 순간, 마리는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제발 그 말하지 말아요!!! (Please do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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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박수를 치지 마세요, 두드리세요!독일 관찰기 2019. 5. 13. 07:57
2019/04/24 - [사는 이야기] - 연휴의 후유증, 그리고 독일 친구의 박사 디펜스 (Defense) 독일에 온 지 어느 덧 2년이 훌쩍 지났다. 자전거 도로로 걷지 말 것, 무단횡단 하지 말 것 등등 기본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문화는 이제 제법 몸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끔 종종 나를 뻘쭘하게 만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바로 '박수'와 관련된 상황이다. 아무래도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거의 매주, 많게는 한 주에 2~3번씩 세미나 혹은 발표에 참석하는 기회가 생긴다. 다행히도, 우리 연구소는 독일인보다 외국인의 비율이 월등하다보니 발표자에 대한 답례의 표시로 모두가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가끔 독일인들이 주관하는 발표, 혹은 독인인들이 대다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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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에 고리를 무는 원전 이야기 - 독일의 에너지 발전 현황독일 관찰기 2017. 7. 17. 19:53
요즘 한국에서는 새 정부의 원자력 발전소 중단 및 잠정적 폐쇄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불고 있다.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여론과 이를 앞다투어 보도하는 언론까지, 사람들이 정말 에너지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에 새삼 놀랐다. 그럴만도 한게 전기세라는게 한두푼도 아니고, 대부분의 서민층 가정에서는 전기세의 상승 하락이 가계에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기 없는 세상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어릴 적, 항상 전기세 때문에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셨던 할머니의 얼굴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얼마 전, 정부의 정책 발표 후 고리 원전 1호기 폐로를 시작으로 '고리에 고리'를 물고 신고리 5호, 6호 원전의 공사도 잠정 중단 결정된 상태이다. 오늘 나는 그 정책의 방향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