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에 고리를 무는 원전 이야기 - 독일의 에너지 발전 현황독일 관찰기 2017. 7. 17. 19:53
요즘 한국에서는 새 정부의 원자력 발전소 중단 및 잠정적 폐쇄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불고 있다.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여론과 이를 앞다투어 보도하는 언론까지, 사람들이 정말 에너지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에 새삼 놀랐다. 그럴만도 한게 전기세라는게 한두푼도 아니고, 대부분의 서민층 가정에서는 전기세의 상승 하락이 가계에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기 없는 세상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어릴 적, 항상 전기세 때문에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셨던 할머니의 얼굴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얼마 전, 정부의 정책 발표 후 고리 원전 1호기 폐로를 시작으로 '고리에 고리'를 물고 신고리 5호, 6호 원전의 공사도 잠정 중단 결정된 상태이다. 오늘 나는 그 정책의 방향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얼마 전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다가 매우 흥미롭고 유용한 사이트를 발견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원전 제로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독일을 예로 들어 그 효용성과 가능성을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원전 유지를 희망하는 사람들 또한 독일의 에너지 시스템을 근거로 주장을 펼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독일의 손꼽히는 연구소 중의 하나인 프라운호퍼 연구소 (Fraunhofer-Gesellshaft) 는 보다 객관적인 자료들을 제공한다. 그 중, 태양 전지와 재생 에너지 연구를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Fraunhofer ISE (Institute for Solar Energy System)에서는 독일의 에너지 현황에 대해서 정말 상세하게 월단위, 연단위로 분석하여 제공한다. 참고로 지금부터 소개될 자료는 모두 웹사이트로부터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다.
너무 방대한 자료가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에 가장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세 가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추려보았다.
1. 독일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전혀 없다?
2. 독일은 에너지를 주변국으로부터 더 많이 수입한다?
3.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현황은?
1. 독일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전혀 없다?
대답은 No. 현재 독일에는 7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중단시킬 예정이다. 사실상 원전 제로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가적으로 아래의 출처를 따라 이동하면, 원전 뿐만 아니라 각각 다른 형태의 에너지 발전소 현황을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energy-charts.de/osm.htm)
2. 독일은 에너지를 주변국으로부터 더 많이 수입한다?
역시 대답은 No. 대부분의 원전 제로화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독일은 인접국 (프랑스, 폴란드, 체코 등)으로 부터 에너지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그로 인해 에너지 자국 의존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한다. 사실 나도 이부분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내 예상과 달랐다. 비록 2015년도의 자료이긴 하지만, 비교적 구체화된 자료를 제공한다. 원형 그래프를 통해서 보다 손쉽게 볼 수 있게 되어있고, 더군다나 연도별로, 월별로 그 현황을 볼 수 있다. 주황색 그래프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독일은 88.2 TWh 의 전기를 2015년 주변국으로 수출하였고, 또한 33.5 TWh의 전기를 수입하였다. 결과적으로 약 50 TWh의 흑자(?)를 본 셈이다. 물론 이 자료는 어디까지나 "전력량"일 뿐, 생산단가 혹은 수출단가에 대한 금액을 제공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적어도 전력이 부족해 외부에서 끌어다가 사용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www.energy-charts.de/exchange.htm)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독일과 한국이라는 나라의 지형적 요건일 것이다. 대륙내에 위치해 손쉽게 주변국과 활발히 에너지를 교류할 수 있는 독일과는 달리, 남북이 분단되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있는 한국은 분명 에너지 교류 측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3.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현황은?
그렇다면 과연 독일은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할까? 신재생 에너지로 인한 그 효용은 어느정도일까? 태양광, 열 발전, 풍력 발전 등 정부가 제시한 대안책 중 하나인 신재생 에너지 발전. 분명 우리가 미래에 지향해 가야 할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실제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은 어느 정도의 전력 수급이 가능할까? 이러한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이 또한 비교적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래의 그래프에 의하면 2002년 집계가 시작 된 이후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전력 수급량이 매년 꾸준히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2017년에는 독일 전체 전력 총 생산량의 37.6%를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부터 생산해내고 있다.
(출처: https://www.energy-charts.de/ren_share.htm?source=ren-share&period=annual&year=all)
앞서 살펴본 자료 뿐만 아니라, 본 연구소는 정말 다양한 독일의 에너지 현황에 대한 자료를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혹시라도 더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 방문하시면 비교적 손쉽게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웹사이트는 영어와 독일어로 제공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네들은, 가끔은 그릇된 혹은 구미에 맞게 조작된 정보에 너무나도 손쉽게 노출되곤 한다. 최근 들어 특히 SNS를 통해 가짜뉴스 혹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들이 자주 올라오곤 하는데, 그럴 때일수록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정보를 직접 스스로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이 시대를 조금 더 현명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독일 관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을 독일답게 만드는 원동력 '저먼 앙스트 (German Angst)' (0) 2019.06.03 독일인들의 유별난 '현금(Cash)'사랑 (0) 2019.06.03 야외에서 손쉽게 즐기는 독일식 '술게임 (Trinkspiel)' (0) 2019.05.20 깐깐한 독일인들이 지키는 '5가지 미신' (0) 2019.05.15 독일에서는 박수를 치지 마세요, 두드리세요! (0) 201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