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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에서는 박수를 치지 마세요, 두드리세요!
    독일 관찰기 2019. 5. 13. 07:57

    2019/04/24 - [사는 이야기] - 연휴의 후유증, 그리고 독일 친구의 박사 디펜스 (Defense) 

     

     독일에 온 지 어느 덧 2년이 훌쩍 지났다. 자전거 도로로 걷지 말 것, 무단횡단 하지 말 것 등등 기본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문화는 이제 제법 몸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끔 종종 나를 뻘쭘하게 만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바로 '박수'와 관련된 상황이다. 

     

    독일에서는 발표가 끝나면 모두가 책상을 쿵쿵 두드리며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무래도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거의 매주, 많게는 한 주에 2~3번씩 세미나 혹은 발표에 참석하는 기회가 생긴다. 다행히도, 우리 연구소는 독일인보다 외국인의 비율이 월등하다보니 발표자에 대한 답례의 표시로 모두가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가끔 독일인들이 주관하는 발표, 혹은 독인인들이 대다수인 자리에 참석하게 될 경우에는 왠지 모를 긴장감을 갖게 된다. 바로, 실수로 '박수'를 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독일인들은 누군가의 발표가 끝나면, 박수 대신에 책상을 쿵 쿵 쿵 '두드린다'. 마치 문을 두드리듯이 말이다. 

     

     사실 독일인들에게 '왜' 박수 대신에 책상을 두드리는지 물어보면, 그 들도 멋쩍어 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주변의 연령대가 높은 독일인 아저씨들과, 인터넷을 참고해 본 결과 대략 세 가지의 각각 다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었다. 

     

    창과 방패를 양손에 쥔 군인들로부터 유래되었다?

     

     첫번째 가설은 중세 시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병사들이 항상 양손에 창과 방패를 사용하여 자신들을 무장하였는데, 이 때에 왕 혹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 혹은 동의하지 않음을 표현하고자 창을 방패에 두드리는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 잡이였기 때문에, 주로 오른손을 사용하여 두드린다는 것이다. 상당히 그럴싸하지만, 뭔가 직접적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것과 연관짓기에는 반신반의하다.

     

    양손이 자유롭지 못했던 중세시대 군인들 (출처: Alamy.com)

     

    잉크통을 절대 놓을 수 없는 왼손?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가설의 신빙성을 높게 본다. 이는 학생들의 과거 학습 습관 및 문화와 관련이 있는데, 바로 필기구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 당시 모든 학생들은 잉크와 깃털펜을 사용하여 필기를 하곤 했었는데, 이는 보통 불편한 필기구가 아니었다. 바로 항상 한 손으로는 잉크통을 붙잡고, 다른 손, 주로 오른손으로 깃털펜을 잡고 필기를 해야했는데, 이로 인해 양손을 동시에 놓고 수업 도중에 박수 등의 행위를 하기가 제한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항상 왼손으로는 잉크통이 쏟아지지 않게 붙잡고, 오른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교수님의 강의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고 한다.

     

    동그란 잉크통이 있다면, 한 손으로는 반드시 꼭 붙잡고 있어야 할 것이다. (출처: antonia.lv, by Goltjakov Albert)

    땅바닥을 두드리는 신입생 환영회?

     

     마지막으로는, 학생들의 신입생 환영 문화와 관련된 가설이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도 항상 학교에 신입학 하는 학생들은 환영과 환대의 대상이었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신입생 환영회와 같은 느낌이랄까. 그 당시 독일에서는 신입생에 입학했을 때, 선배들이 땅바닥을 막대기로, 마치 드림치듯이 두드리면서 환영을 해주었다고 한다. 사실 학생들의 전통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서도,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조용히 넘어가는 듯한 신입생 입학식 (출처: tagesspiegel.de)

     이 외에도 다양한 가설들이 조금씩 퍼져있지만, 대표적으로 독일인들의 책상두드리기에 대한 가설은 위의 세 가지와 같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통 독일인들 또한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내가 물어본 아저씨들 또한 바로 답을 주지 못하시고, 이튿날 열심히 찾아본 결과를 나에게 건내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독일에서는 누군가의 발표가 끝난 후에 '박수' 대신에 책상을 힘차게 '두드려주는' 센스! 아마 옆에서 놀란 눈으로 당신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독일 아저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힘찬 박수 대신에, 힘차게 책상을 두드려 주자! (출처: DPA)

     

    참고로 두드릴 수 있을만한 책상 혹은 단상이 없을 경우, 예를들면 연주회장 등에서는 이들도 박수를 친다. 

     

      2019/04/24 - [사는 이야기] - 연휴의 후유증, 그리고 독일 친구의 박사 디펜스 (Def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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