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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외에서 손쉽게 즐기는 독일식 '술게임 (Trinkspiel)'
    독일 관찰기 2019. 5. 20. 21:42

     젊은이들은 국경을 막론하고 음주가무를 사랑한다. 독일인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나 화창한 여름날의 야외 활동을 너무나 사랑하는 독일인들은, 여름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 뒷뜰 정원, 혹은 공원에서  손에는 맥주를, 그리고 다른 손에는 소시지를 들고 하루종일 따스한 햇살과 함께 바베큐 그릴을 즐긴다. 이러한 술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신입생 새터에서의 술게임을 생각해보자. 서로 술을 먹이기 위해서 열심히 게임을 즐긴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다르다. 서로 술을 '마시기' 위해서 열심히 게임을 한다. 독일에는 술을 마시기 위한 게임이 있다. 바로 플렁키 볼(Flunkyball)이다. 

     

    술? 내가 먼저 다 마셔버릴 테다!

     서양에서 흔히 즐기는 술자리 게임 중에는 '비어퐁 (Beer pong)'이 있다. 테이블 양쪽 끝에 맥주가 담긴 컵을 차례대로 세워두고, 탁구공을 던져 상대의 잔에 넣는 게임이다. 이렇게 공이 들어간 잔은 무조건 원샷을 해야 하며, 자기 진영의 테이블 위의 잔을 모두 비운 사람이 게임의 패자가 된다. 이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상대를' 취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그러나, 플렁키 볼 (Flunkyball)은 이와 정반대이다. '내가' 취해야 이긴다. 즉, 내가 상대보다 먼저 술을 다 마셔야 이기는 게임이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다!

     

    목표 달성 후 벌컥 벌컥 맥주를 마셔주는 미덕을 보여주는 도이치란드 청년들 (출처: neustadt-ticker.de)

     

    물병과, 공만 있으면 준비 완료... 그리고 마실 맥주는 필수!

     플렁키 볼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간편함이다. 물을 담을 수 있는 페트병과 공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심지어 공의 크기도 제약이 없다. 또한 인원제한도 없다. 물론 각자 마셔야 하는 개인 병맥주는 필수. 이와 같은 간편함은 독일인들로 하여금, 야외 어디에서나 플렁키 볼을 떠올리고,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다. 실제로 공원 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공터에서도 플렁키 볼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매우 손쉽게 볼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빈 맥주병의 갯수는 늘어간다.

     

    남녀노소, 공과 물병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플렁키 볼!

     

    던지고, 뛰고, 그리고 마시는 간단한 플렁키 볼의 매력

     또한, 간단한 준비물과 더불어 플렁키 볼의 가장 큰 매력은 어린아이도 손쉽게 1분이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규칙이다. 이는 다음과 같다.

     

    던지고, 뛰고, 그리고 마시기만 하면 플렁키 볼을 즐길 수 있다. (출처: dastrinkspielebuch.de)

     

    1. 두 팀을 양쪽으로 나눈다. 인원수는 제한이 없다. 심지어 쪽수가 맞지 않아도 크게 지장이 없다.

    2. 두 팀 가운데에 물을 1/3 정도 채운 물병을 세워둔다.

    3. 양 팀 번갈아가며 공을 던져 물병을 쓰러트린다.

    4. 물병을 쓰러트린 팀은 맥주를 마시며, 상대팀은 쓰러진 물병을 다시 세우고 공을 주워온다.

    5. 상대가 재정비 후 Stop을 외칠 때까지, 맥주를 계속 마실 수 있으며, 이를 번갈아 진행한다. 

    6. 먼저 맥주를 모두 다 마신 팀이 승리!

     

     비교적 큰 체력이나 힘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남녀 성별 차이 없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술을 빠르게 마시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술도 더 빨리 취한다. 그러나 이때에 주의할 점은, 맥주를 절대 급하게 마시다가 흘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맥주를 흘리면 한 병 더 마셔야 하는 페널티를 받게 된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더 좋아하기도 한다). 

     

    실제 경험상 무엇보다도 맥주를 빨리 마시는 사람이 유리

     실제로 게임을 해 본 결과 무엇보다도 맥주를 빨리 마실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공을 잘 던지고 달리기를 빠르게 뛰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몇 초만에 맥주 한 병을 끝낼 수 있는 상대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왜냐하면 경험상 분명히 균등한 기회로 물병을 쓰러트리는 횟수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슷한 초보자들간의 대결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술을 빨리 마시지 못하는 성향이라서 그런지, 항상 우리 팀에서 꼴찌를 한다. 그래서 매번 공을 던질 때 신중을 기하여 임한다. 매번 친구들과 즐기는 게임이지만,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공을 던지고, 표적을 맞추는 술게임에서 술을 가장 잘 마시는 사람이 가장 유리하다니... 과연 독일스러운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비해서 녹지가 많이 발달되어 있고, 야외 활동을 사랑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독일인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함께 어울리며 즐길 거리들을 많이 찾는다. 가장 대표적인 놀거리가 바로 오늘 소개한 플렁키 볼이다. 또한 매우 낮은 진입장벽 덕분에 무알콜 음료를 이용하여 플렁키 볼을 즐기는 어린아이들도 독일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앉아서 노는 게임들에 비해서 활동량을 늘려주기 때문에 더욱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건강을 생각하며 즐길 수 있는 술게임이다. 화창한 날이 만연한 요즈음, 한국에서도 공원으로 뛰어나가 친구들과,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플렁키 볼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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