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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을 독일답게 만드는 원동력 '저먼 앙스트 (German Angst)'
    독일 관찰기 2019. 6. 3. 15:54

    2019/06/03 - [독일 관찰기] - 독일인들의 유별난 '현금(Cash)'사랑

     

     19세기 독일의 통일을 이끌어낸 오토 폰 비스마르크 (Otto von Bismarck)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독일인은 신을 두려워할 뿐, 세상의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Wir Deutsche fürchten Gott, aber sonst nichts in der Welt)

     

    그러나, 그 이후 발생한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의 패배는 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독일인들에게 극도의 무기력함과 불안감 (Angst)을 심어주었다. 이를 우리는 저먼 앙스트 (German Angst)’라고 부른다.

     

     우선 글에 앞서, 나는 개인적으로 어떠한 집단에 대해 선입관을 갖고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특정 몇몇 사람들로 인하여 그 국가에 대한 이미지에 선입견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보통은 나쁜 선입견이 대부분이다. 저먼 앙스트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나는 저먼 앙스트를 통해서 독일 사회를 좀 더 이해하고 싶어 졌다.

     

    신기술? 근데 그거 안전한 거야? 불안한데...

     만약 나의 지인이 굉장히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의 개발에 성공을 했다면! 그리고 독일을 첫 시장으로 선택하고자 한다면! 나는 도시락을 싸들고 말리고 싶다. 독일인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불신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특히나 그것이 신기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는 대표적인 저먼 앙스트가 표출되는 예시이다.

     

    과연 애플 페이는 독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혁신의 아이콘 애플 (Apple. Inc) 2014년 자사 아이폰과 연동하여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애플 페이 (Apple pay)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내놓았다. 이는 삼성 (Samsung Electronics Co., Ltd.) 으로 하여금 삼성 페이 (Samsung pay)를 낳게 하였고, 자연스레 모바일 기기와 연동된 결제 수단의 보편화를 전 세계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바다 건너 먼 나라 이야기이다. 애플 페이, 삼성 페이는커녕 심지어 신용 카드 결제 조차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올해 들어 도이치 방크 (Deutsche Bank)에서 애플 페이 기능을 도입하고 있으나, 사람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현재 독일 내에 가동 중인 7개의 원자력 발전소는 독일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 또한 저먼 앙스트에 기반한다. 독일은 현재 가동 중인 7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다가오는 2022년까지 모두 중단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독일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로 더욱 독일인들의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갔다. 뿐만 아니라, 독일 서부 NRW 주는 향후 발생할 수도 있을 인접국 벨기에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에 대비하여, 주민들에게 보급할 요오드 태블릿을 미리 준비하는 철저함을 보여주었다. 독일의 원전 및 대체 에너지 현황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글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불안함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적화된 독일인들

     

    월급 명세서의 공제 항목 (Gesetzliche Abzuge)을 살펴보면 다양한 명목의 보험료가 원천징수 된다.

     

     그렇다면 과연 독일인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안고 도대체 어떻게 여유로운 삶을 영위해나갈까? 그들에게는 다행히도 어마 무시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보험 (Versicherung)’이 있다.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그들은 일종의 보호막을 설치한다. 기본적으로 독일에서 일을 하게 될 경우 원천징수되는 보험에는 의료 보험 (Krankenversicherung), 연금 보험 (Rentenversicherung), 실업 보험 (Arbeitslosenversicherung), 그리고 개호 보험 (Pflegeversicherung)이 있다. 개호 보험이란 훗날 늙어서 간병비를 지불받을 수 있는 보험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책임 보험 (Haftpflichtversicherung)에 가입하여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질적 손해에 대한 리스크를 줄인다. 내가 더욱 놀랐던 것은 심지어 훗날 공보험 (Publich)보다 더 보장 범위가 큰 사보험 (Private)에 손쉽게 가입하기 위한 또 다른 사보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보험에 가입하기 위한 보험이라니이처럼 독일인들의 보험 사랑은 대단하다.  

     

    그렇게 우리는 CCTV 대신에 더욱 튼튼한 자전거 보관소를 갖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저먼 앙스트는 독일인들로 하여금 사생활에 대한 철저한 보호의식을 갖게 만들었다.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가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종종 자전거 도난 사건이 발생하는데, 지난 1년 새에 무려 5건 넘게 자전거 및 자전거 부품 도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소의 외국인 직원들은 CCTV의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하였으나, 번번이 사생활 보호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에 대한 대안책으로, 독일인들은 더욱 강력하고 튼튼한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해주었다. 범인을 잡는 것보다, 애초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 강력한 안전장치를 구상한 것이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Brandenburgr Tor)위의 마차는 마치 독일인들의 굳건한 저력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처럼 독일인들은 정말 철저하게, 한편으로는 매우 답답하게 그들의 저먼 앙스트를 기반으로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나는 독일 사람들과 일을 함께 하면서 번번이 이러한 저먼 앙스트와 부딪힌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번번히 돌아오는 비관적인 그들의 태도에, 과거에는 답답함과 짜증이 밀려오기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저먼 앙스트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그들의 불안함을 기반으로 더 나은 방안을 찾기 위하여 함께 노력한다. 독일인들은 그들의 앙스트를 스스로 벗겨내면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저먼 앙스트는 그들로 하여금 ‘Low Risk, High Return’ 을 추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2019/06/03 - [독일 관찰기] - 독일인들의 유별난 '현금(Cash)'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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