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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초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독일 관찰기 2019. 6. 19. 08:35
매년 5월 초, 중순이 되면 독일에는 초여름이 찾아온다.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그릴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왁자지껄하게 붐비는 비어가르텐은 초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일의 초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제철 채소 '아스파라거스 (Spargel)'와 제철과일 '딸기 (Erdbeere)'의 등장이다. 그것도 가까운 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신선한 녀석들이 시장에 등장한다.
너무도 유명한 독일의 '아스파라거스' 사랑
이미 독일인들의 아스파라거스 사랑은 널리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맘때 즈음 독일의 모든 레스토랑에서는 아스파라거스가 포함된 메뉴를 따로 준비한다. 근본없다고 소문난 독일 음식이지만 이때만큼은 제대로 아스파라거스를 준비해준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흰색' 아스파라거스도 함께 등장하여 초여름의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에데카 (Edeka)에 모습을 드러낸 하얀 아스파라거스 (Spargel weiss). 크기에 놀라고, 1키로에 한국돈 1만원 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또 놀란다. '흰색' 아스파라거스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초록색 아스파라거스와는 재배 과정이 약간 다르다. 기본적으로 햇빛을 차단해 광합성을 억제하여 그 독특한 뽀얀 자태를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소 측면에서는 초록색 일반 아스파라거스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맛은 좀 더 부드럽고 연한 느낌이다. 특히나 독일, 이탈리아가 흰색 아스파라거스로 매우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는 것을 참 좋아한다. 초여름, 늦은 봄 이 시기에는 독일의 마트, 시장, 혹은 길거리에서 이러한 매우 손쉽게 훌륭한 품질의 아스파라거스를 마음껏 접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아스파라거스 축제가 시작되는 셈이다.
독일 와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 딸기는 초여름이 제철
아스파라거스와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초여름 제철 음식에는 바로 딸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비닐하우스 재배를 통하여 딸기를 접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계절, 특히 겨울에도 손쉽게 딸기를 접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독일에 와서야 바로 딸기가 초여름 제철 과일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만큼 초여름이 되자마자 무섭게 아스파라거스와 함께 딸기가 시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인접 동네 Landsberg에서 재배된 딸기와 베리 종류를 판매하는 귀여운 가판이 도시 곳곳에 등장했다. 한 가지 매우 흥미로웠던 점은 시장에 나오는 딸기를 비롯한 아스파라거스 등 제철 과일, 채소의 원산지가 독일임은 물론이거니와, 그 독일 내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대부분 매우 인접한 농장이라는 것이었다. 즉, 지역 생산품, 다시 말하면 '로컬' 제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이맘때 독일의 도심에는 지역 농가에서 재배된 제품들을 따로 모아서 판매를 하는 독특한 가판이 들어선다. 내가 사는 할레 Halle(Saale) 근교에 위치한 Landsberg에서 재배된 딸기를 가판에서 판매한다. 친절하게 웹사이트를 통해서 가판의 위치, 영업시간, 그리고 판매되는 제품들의 정보도 확인이 가능하다.
먹음직스럽게 바구니에 담긴 딸기는 특유의 상큼한 향을 길거리에 뿜어내며 고객을 유혹한다. 유혹에 넘어간 고객은 이렇게 두 손 가득 탐스러운 딸기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500g 한 바구니에 우리돈 5천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했다. 가판에는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무게별로 친환경 종이봉투에 담겨서 손님을 기다린다. 나 또한 지난 주말 가판에서 풍기는 딸기향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500g 한 바구니를 구매 하였다. 구매하기 전 시식도 할 수 있으며, 탐스럽게 바구니에 담긴 신선한 딸기의 합리적인 가격은 매우 매력적이다. 500g 딸기 한 바구니를 3.99유로, 우리 돈 약 5천 원에 구매했다. 종종 에데카와 같은 대형 마트에서는 더욱 저렴한 가격의 딸기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가판에서 직접 찾는 딸기의 신선도에 견줄 수가 없다. 게다가 찾는 사람들이 많아, 제품의 회전도가 빨라 꾸준히 신선한 제품을 접할 수 있다. 6월부터는 블랙베리, 블루베리 등도 가판에서 찾을 수 있다니 큰 기대가 된다.
지역 공동체의 '공생'과 '건강', 두마리 토끼를 잡다
위에 소개된 가판과 마찬가지로, 다른 가판에서도 젊은 학생들이 열심히 딸기를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판의 흥미로운 점은 비단 딸기 뿐만이 아니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가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지역 내의 학교에서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가판이 운영되는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학생들이 돌아가며 일을 맡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품의 생산, 판매, 소비, 그리고 고용까지 모두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튼튼한 지역경제 시스템은, 유럽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일만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다. 더불어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매우 건강하고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접할 수 있게 되므로,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인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존재한다. 나에게 독일에서의 초여름이 기대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대형마트에 대량으로 들어오는 딸기와 아스파라거스를 접했더라면, 과연 나에게 이 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은 어떠한 느낌이었을까. 무엇보다 나에게 초여름이 기대되는 이유는, 아마도 지역 공동체 모두의 공생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딸기와 아스파라거스가 전하는 온기를 몸소 느낄 수 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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