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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로니에 나무 열매(Horse chestnut)과 함께 성큼 다가온 독일의 가을
    사는 이야기 2017. 9. 30. 23:51

     어느 덧 9월이 지나고, 이제 2017년도 달력도 달랑 세 장 남았다. 이제는 아침 출근길에 도톰한 외투를 걸쳐입어야 할 만큼 기온도 많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지난 여름이 그리 덥지 않았던 까닭인지, 차가워진 공기만으로는 쉽사리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집 앞의 가로수들이 하나, 둘, 옷을 갈아입고, 길가에 낙엽을 뱉어내는 요즈음에서야 비로소 가을이 깊숙히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낙엽에 비추인 햇살은 여름의 것과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아침 출근길 집 앞 교회와 어우러진 그 모습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에 만들며, 하루의 시작을 반갑게 맞아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나를 친숙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바로 마로니에 나무 열매 (Horse chestnut)이다. 독일어로는 Rosskastanie 라고 불리는 이 열매는, 얼핏보면 한국의 밤과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 그러나 껍질의 모양이 한국의 밤에 비해 좀 더 숱(?)이 없고 징그럽게 생겼다. 



     정말 길을 걷다보면 발에 치일만큼 많이 널부러져 있는데, 처음에는 먹어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괜시리 경계를 하게 되었다. 연구실 친구 James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먹을 수 없을거란다. 영국에선 어렸을 때 실을 엮어서 친구들과 서로 던지고 노는데 자주 애용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군밤을 해먹을 순 없을 것 같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독성이 있어서 식용으로는 거의 사용이 불가하고, 대부분 필요 성분을 추출해 화장품이나 치료용 제품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orse chestnut과 낙엽이 함께 뒹구는 길가는 꽤 근사하다. 아마 먹을 수 있는 밤이었다면, 주워가는 사람들에 의해 길가에서 낙엽과 함께 뒹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교적 관심을 덜(?) 받는 덕택에 바람이 불 때마다 하나 ,둘씩 툭툭 떨어지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임에 분명하다. 독일에도, 그리고 할레 (Halle)에도 가을이 찾아왔고, 조금씩 더 깊어져가는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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