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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인들의 남다른 아이스크림(Eis) 사랑
    사는 이야기 2018. 8. 6. 01:49

     매년 한국을 강타하는 남다른 무더위는 나에게는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 인 줄만 알았건만, 올해에는 전혀 그렇지만도 않다. 지난 주 내가 지내는 중부 동독 지방의 기온은 최고기온 39도를 기록했고, 평균 35도를 육박하는 강렬한 무더위를 매섭게 뽐내었다. 이쯤되면 여기가 한국인지 독일인지 구분이 힘들어진다. 더군다나 이곳에서는 일반적으로 에어컨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심지어 우리 집에는 선풍기도 없다. 너무 더워서 요즘은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잠을 자곤한다. 

     

    이 조그마한 동네에도 무려 아이스크림만 파는 전문점이 10개가 넘는다!


     이러한 무더위를 과연 독일인들은 어떻게 견뎌낼까? 잔에 갓 따라낸 생맥주, 그리고 아이스크림(Eis)이 더위를 쫓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실 독일 = 맥주 라는 공식이 떠오를 만큼 독일인들의 맥주 사랑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독일인들의 아이스크림 사랑 또한 그에 못지 않다. 덩치 큰 아저씨들부터 시작해서 갓 걸음마를 시작한 꼬맹이들까지 남녀노소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여름이 되면 다들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길거리를 걸어다닌다. 


    긴 줄을 기다려 매장으로 들어가면, 가게에서 직접 개발한 신선한 아이스크림을 고를 수 있다. 

    할레(Halle(Saale))에 위치한 Vanilla der Eisladen은 구글맵 기준 무려 4.9점 (5점 만점)의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마트에서 파는 가공된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아이스크림 전문(?) 매장이 도시 곳곳에, 마치 커피숍이 즐비하듯이 자리잡고 있어서 손쉽게 아이스크림 샵을 찾을 수 있다. 각 가게별로 직접 맛과 향을 개발하고 연구하여 메뉴로 내어놓는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곳들은 30분 넘게 줄을 서야 비로소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독일 북부 뤼벡(Lübeck)에 위치한 유명한 아이스크림 Soulmade Eis는 항상 아이스크림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가게 앞에 마련된 벤치에는 항상 행복한 모습으로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는 베스킨라빈스, 나뚜르, 하겐다즈 등의 대형 체인점에서만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독일에서는 오히려 그런 가게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도시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가격 또한 대부분 비슷하게 형성되어있으며 매우 합리적이다. 우리 동네의 경우 덩어리(Kugel) 1개에 평균 1유로, 2개에 2유로, 그리고 와플 콘, 일반 콘, 혹은 컵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할레의 Vanilla der Eisladen 에서 맛 본 바닐라 맛, 그리고 오렌지 바질 맛 (Orange Basilikum) 아이스크림. 

    오렌지와 바질의 조화가 아이스크림에서 어우러진 맛은 훌륭하다. 조그마한 아이스크림 가게의 앞은 항상 사람들로 왁자지껄하다.


     독일인들은 왜 이토록 아이스크림을 사랑할까? 물론 우리 모두 아이스크림을 사랑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아이스크림 사랑은 예상외로 엄청나다. 집 앞 아이스크림 가게는 더운 여름날이면 20m가량 줄이 길게 늘어선다. 주말이면 온 가족이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마치 하나의 문화를 보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왜 독일인들이 아이스크림에 그토록 열광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잠시 잊은채, 여기에 지내는 동안에는 나도 그들의 문화에 편승해 맛좋은 아이스크림을 맛보련다.



    한 가지 팁을 남기자면, 독일에서는 아이스카페 (Eiskaffe)를 시키면 커피에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넣어서 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다. 커피에 차가운 얼음을 담긴 음료를 먹고 싶다면 Eiswürfel 을 꼭 말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큰 낭패(?)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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